기사입력 2012.02.09 17:45:12 | 최종수정 2012.02.09 17:47:07 - 매일경제
현직 판사가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켜 재임용 심사를 받게 돼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서 가카는 `각하`를 말한다. `가카방송`으로 유명해진 `각하`는 `전하` `폐하`와 어떻게 다른가.
현대의 대통령에게 붙이는 `각하(閣下)`란 말은 원래는 신분질서가 엄격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3등급 호칭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붙일 만한 극존칭이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에서 황제는 `폐하(陛下)`, 제후는 `전하(殿下)`, 대신은 `각하`라고 불렀다. 중국에서 한때 지방 수령들에게 붙이던 아주 흔한 호칭이었던 `각하`라는 말이 근세 일본에서 부활해 칙임관(勅任官ㆍ왕이 임명하는 벼슬) 이상의 문관, 육군 소장 이상의 무관에게 사용됐고, 이런 관행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처음에는 일본 관례에 따라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 고급관료에게 붙여주었으나 점차 대통령에게만 쓸 수 있는 말로 굳어진 것이다.
`폐하`는 황제나 황후에게 붙이는 존칭어다. 여기서 `폐(陛)`는 섬돌 폐로 `궁전에 오르는 계단`이란 뜻이므로 폐하는 그 계단 밑에 있는 사람, 즉 시종(侍從)이란 말이 된다. 그렇다면 왜 시종이 황제의 존칭어로 수직상승한 것일까. 그것은 이 말이 생긴 당시의 중국 관습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신분질서가 엄격했던 왕조시대에 신하는 황제와 직접 대화할 수 없었다. 반드시 시종, 즉 폐하를 통해서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용상 밑 계단 아래에 시종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 대신들이 도열해 있다가 신하가 먼저 `폐하` 하고 시종을 불러 의견을 아뢰면 시종은 그 말을 황제에게 전달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폐하는 시종을 가르키는 말에서 시종을 통해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존귀한 사람을 가르키는 말로 변한 것이다.
폐하는 원래 제후(諸侯)에 대한 존칭이었는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뒤 황제인 자신에게만 붙이도록 하였고, 제후에게는 `전하`라 하도록 했다고 한다. 전하 역시 `궁전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교열부 = 김용수 ysko@mk.co.kr]
'관심통 > 교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힉스입자를 통해 본 불교의 세계관 (0) | 2014.03.19 |
---|---|
벚꽃 (0) | 2012.04.26 |
장하준 교수 관련2 (0) | 2011.01.17 |
장하준 교수 프레시안 인터뷰 기사(FTA, 복지 등) (0) | 2011.01.03 |
당구 (0) | 2010.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