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건조한 실내공기를 촉촉히 하기 위한 가습기의 인기는 급상승한다. 하지만 가습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습도를 유지시켜 감기 바이러스 등을 줄여준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세균 번식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설이다. 가습기 사용,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감기 바이러스 생존력 40% ↓
춥다고 다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감기에 걸리는 원인은 기온의 변화에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면서 감기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운 몸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김영환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기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은 실내 습도가 낮은 곳"이라며 "습도가 낮고 건조한 실내 환경은 감기 바이러스들을 강력하고 오랫동안 살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샤먼 미국 오레곤 대학 박사 팀이 미국 ‘국립 과학원 회보'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실내 습도에 따라 바이러스의 생존과 전염력은 크게 달라진다. 감기가 유행할 때는 실내 습도를 높임으로써 감기 바이러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러스 전파력은 습도 30% 이하에서 가장 왕성해지고, 실내 온도가 5도일 때 습도가 50%를 넘기면 약화되기 시작한다. 습도가 80%에 이르면 습도 0%일 때보다 바이러스 전파력은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데, 온도가 낮아도 습도를 높여 바이러스 전파력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짐 맥데비트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박사팀은 가습기를 사용함으로써 TV 리모컨, 컴퓨터 키보드, 부엌 싱크대, 냉장고 손잡이 등에 번식하고 있는 수많은 감기 바이러스를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인 감기바이러스는 공기와 표면에서 24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는데, 습도를 높여줌으로서 바이러스 생존 시간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세균 번식 때문에 '글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사용에 고개를 젓는 사람들도 있다. 3살된 딸을 키우고 있는 서울 양천구 김은아(32) 씨는 가습기에서 나오는 습기에 세균이 있을까 우려돼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 병실에서도 가습기 사용이 금지된다. 세균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가습기 사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장치 자체의 청결 여부다. 소독하고 물 갈기가 번거로워 방치해 둔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세균을 내뿜는 일이 된다.
김영환 교수는 "가습기의 세균 번식이 두려워 습도 조절에 효과적인 가습기를 굳이 이용 거부할 필요는 없다"며 "그럼에도 물을 갈아주고 소독 등의 일이 번거롭게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일상에서 간단한 지혜로 천연 가습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빨래를 널어 실내 습도를 유지할 수 있고, 씻고 난 후 수증기에 찬 욕실의 문을 열어 두는 것만으로도 실내 수증기를 공급할 수 있다. 실내에 숯을 두는 것도 좋다. 물을 머금은 숯은 주위 습도에 따라 습기를 방출하거나 빨아들이는 기능이 있다.
귤껍질을 이용해서도 방안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데 까먹고 남은 귤껍질을 말린 뒤, 그릇에 담아 물을 살짝 뿌려 방안에 놓으면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한다.
정은지 MK헬스 기자 [jeje@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