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세차할 줄 모르는 오너는 거의 없죠. 하지만 제대로 된 세차를 할 줄 아는 오너 또한 드물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가장 쉽지만 또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세차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이 글을 통해 깔끔한 세차, 그 멀고도 험한 길을 정복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알고 계셔야 할 것은, 여기서 다루는 세차는 셀프 세차장을 이용하는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집에서 세차를 하셔도 좋겠지만, 이럴 경우 세차한 물이 빗물을 처리하는 하수구로 흘러들어 정화되지 않은 채로 강으로, 바다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정화설비가 갖춰진 세차시설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겠죠?
I. 준비물
셀프 세차장에서 세차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래와 같은 준비물을 먼저 챙겨두세요. 모두 가까운 자동차용품점이나 창고형 할인 매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1. 스폰지 : 세정액을 묻혀서 사용할 것과 레자왁스를 바를 때 사용할 것 각각 한 개씩.
2. 깨끗한 걸레 : 차체에 잔 흠집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가죽이나 융으로 된 것을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유리창용과 차체용 두 개를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3. 세정제 : 기본세제는 셀프 세차장에서 제공되므로 휠 클리너 또는 기름기 제거제(Degreaser) 또는 가격이 저렴한 PB-1(강력 세정제)을 준비하세요.
4. 레자왁스(Leather Wax) : 타이어에 발라 줄 왁스입니다.
II. 셀프 세차장에 대한 기본지식
자아. 모두 준비가 되었으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셀프 세차장으로 출발! 주말이나 휴일엔 사람들로 붐비니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평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죠? 아, 그리고 대부분의 셀프 세차장은 24시간 영업을 하니 밤잠 없으신 분들은 새벽에 찾아가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셀프 세차장은 대개 서너 개의 세차용 베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 곳이나 비어있는 베이에 차를 넣고 창문을 모두 올린 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립니다. 미리 준비한 500원 짜리 동전을 기계에 넣고 세차를 시작합니다. 셀프 세차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종류는 중성세제가 섞여있는 물과 액체왁스가 섞여 있는 물, 그리고 아무것도 섞여 있지 않은 맹물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 차체에 거품을 묻혀줄 수 있는 대형 솔도 있는데 이 솔에서는 세제 거품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이 네 가지 물과 솔을 적절하게 바꾸어 가면서 세차를 합니다.
III. 1단계 - 때 불리기
우선 세제가 약간 섞여있는 물로 차체 전체를 적시어 주어 차체에 찌들어 있는 때를 충분히 불려줍니다. 이렇게 해두면 잠시 후 거품 솔을 이용해서 차체를 문지를 때 찌든 때가 더욱 잘 분해됩니다. 이 과정은 1분 30초 정도(500원)면 충분합니다.
주의할 점은 휠과 타이어 그리고 휠 하우스 안쪽까지도 물을 충분히 뿌려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잠시 후에 설명해 드리죠. 물은 상당히 강한 압력으로 분사되므로 노즐을 차체에 너무 가깝게 그리고 차체 표면과 직각이 되지 않도록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페인트가 벗겨질 수도 있거든요.
세제가 섞인 물로 차체를 충분히 적시어 주고 나면 비로소 거품 모드로 바꾸어 거품 솔을 이용해 자동차의 구석구석을 문질러 줍니다. 세차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는 우선 거품을 차체 이곳 저곳에 묻혀두었다가 동전이 다 떨어져 더 이상 거품이 나오지 않을 때 미리 묻혀 두었던 거품을 이용하여 세척을 끝마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한, 차 지붕에 거품을 많이 분사해 두었다가 동전이 다 떨어지고 난 뒤에 지붕에 있는 거품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위 두 가지 방법 모두 차체에 잔 흠집을 낼 가능성이 짙습니다. 세차 도중 생길 수 있는 잔 흠집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500원 짜리 동전을 아끼지 않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셀프 세차장 이용 경험이 별로 없는 오너의 경우 500원 짜리 동전 두 개면 거품과정을 끝마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거품 솔을 이용해 휠이나 타이어 등은 문지를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셀프 세차장 이용자들은 이 원칙을 무시하지요. 그러므로 거품 솔을 이용하기 전에 거품 솔 상태를 잘 살펴, 흙이나 기름기가 잔뜩 있는 상태 그대로 차체를 문질러 잔 흠집을 내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V. 2단계 - 휠과 타이어 닦기
거품 솔 이용이 다 끝났으면 미리 준비한 스폰지에 휠 클리너 또는 기름때 전용 세정제(PB-1 또는 Degreaser)를 묻혀 휠과 타이어를 구석구석 닦습니다. 이 과정은 세차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오너들은 자신의 차를 직접 세차할 때 차체는 번쩍번쩍 광을 내 놓고도 휠과 타이어를 제대로 닦지 않아서 마치 "샤워는 했지만 이는 닦지 않은" 듯한 어딘가 언밸런스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런 경우 차체는 더럽고 휠과 타이어만 깨끗이 해 놓은 차보다도 훨씬 더러워 보이죠. 휠과 타이어를 대충 닦을 생각이라면 이번 세차는 접어둡시다.
이제 깨끗한 물 분사 모드로 바꾸고 동전을 다시 넣습니다. 차체의 온갖 때를 흡수한 거품을 씻어 내기 위한 것인데, 이 때 깨끗한 물 분사 모드보다는 액체왁스가 섞인 물 분사 모드를 선호하는 오너가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셀프 세차장은 500원 짜리 동전 하나에 1분 30초 가량의 분사 시간을 주는데 이는 위에 설명된 네 가지 모드에서 모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어차피 같은 비용을 들일 바에는 왁스성분을 조금이라도 함유한 물이 그냥 맹물보다 세척 성능과 표면보호 성능이 훨씬 탁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V. 3단계 - 세제 닦아내기
거품을 제거하는 과정도 동전을 아끼면 안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거품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얼룩이 남을 여지가 많기 때문이죠. 휠과 타이어에 남겨진 거품도 확실히 제거합시다. 이 과정은 약 3분가량(1000원) 소요됩니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끝났다면 세차 베이에서의 작업은 모두 마친 셈입니다. 이밖에 실내 매트를 세차 베이 벽면에 걸어두고 물을 분사해 세척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차내 습기 발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죠.
실내 매트는 진공 청소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진공 청소기로는 어림없을 정도로 더러워진 매트는 집으로 가지고 올라가 깨끗이 세탁한 다음 하루저녁 정도 물기를 말린 후 사용하도록 합시다.
### 본 글과 사진은 2002년 자동차 전문매거진 "Vitesse"에 기고했던 것으로 저작권은 그림자(vitesse@nate.com)에게 있습니다. 문의사항은 덧글이나 메일로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