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CD금리가 하락하면서 그 동안 주택담보대출 이자로 적잖은 고통을 받았던 가계들의 부담이 한결 줄어든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주택담보대출은 CD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CD금리가 다시 오른다면 또 다시 ‘이자폭탄’이란 용어가 우리 서민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 이렇듯 변동금리형 대출은 언제나 금리변동에 따른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0%가 넘는다. 이는 미국과 프랑스가 30% 안팎, 독일이 16% 정도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은 그 속성상 만기가 긴 대표적인 장기대출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장기대출일 경우는 향후 시장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게 정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형이란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변동금리형 - 고객에게 모든 금리변동 리스크를 떠넘겨
금융선진국의 경우 그 동안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상당한 리스크 관리기법을 발전시켜 왔다. (물론, 주택금융기법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고 자부해왔던 미국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한 순간에 무너졌지만) 반면, 우리나라 은행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기법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형을 늘일 경우 금리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고스란히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은행은 고정금리형 대출고객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디마케팅(de-marketing)을 하고 있다. 다름 아닌 변동금리형에 비해 무려 1.5%포인트 이상 높게 금리를 책정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은행 창구에서도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겠다고 하면 “변동금리형보다 금리도 높은 데 굳이 고정금리형을 하실 필요가 있나요?” 라는 식으로 금리변동의 위험성보다는 당장에 금리가 높은 점을 더 부각시켜 은근히 변동금리형을 권하고 있다.
결국 고객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10~20년간의 금리변동 리스크를 고스란히 뒤집어 쓰는 것이다.
CD금리 연동 – 왜곡된 예대마진 구조
또 한가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특이점은 변동금리형인 경우에도 CD금리와 연동이 된다는 것이다.
은행은 예대마진으로 먹고 산다. 이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비용에다 일정부분 마진을 붙여서 대출금리를 정한다는 것이다.
통상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예·적금이 50% 이상이며 은행채가 20% 정도인데 반해 정작 CD의 비중은 10%이하이다. 반면 대출의 60~70% 이상이 CD금리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은행의 입장에서도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예·적금금리나 은행채금리는 그대로인데 CD금리만 내린다면 평균 자금조달금리(비용)는 별로 떨어지지 않은데 반해 대출금리(수익)만 크게 떨어져 예대마진에서 역마진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CD금리가 떨어지면서 기존의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은행의 수익성에도 적잖은 타격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2008년 4분기에 2.47%에 이르던 것이 올해 1분기엔 1.91%로 줄어든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있어서는 가산금리를 3.0%포인트 정도나 높여서 CD금리 하락분을 커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역시 왜곡된 예대마진 구조의 문제점을 신규 대출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CD금리로 연동되는 대출금리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CD금리가 높을 때는 미적거리다 하필이면 CD금리가 떨어질 때 바꾸려 하느냐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물론, 왜곡된 예대마진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금융선진국처럼 조달비용의 적절한 가중평균치를 대출금리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은행들이 스스로 금리변동 리스크에 대한 관리기법을 발전시켜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상품의 비중을 늘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이 언제까지나 봉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저자 김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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