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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위4과 - 예류,일래,불환,아라한

우공(友空) 2014. 8. 12. 17:34

 

다음까페 초기불전연구원 검색결과

 

Re:성위 4과 에 대해|묻고 답하고 모음
초불 | 조회 299 |추천 0 |2006.11.05. 14:47 http://cafe.daum.net/chobul/1ApY/1283 
질문 감사합니다. 간략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불교에서는 예류자, 일래자, 불환자, 아라한을 성자(ariya)라 부릅니다. 이러한 성자가 아닌 자를 범부(putthujjana)라 통칭합니다. 이러한 성자와 범부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분짓는 구체적인 준거가 있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혼란스럽게 됩니다. 그래서 개나 소나 돼지나 말이나? 사이비나 사이코나 모두 내가 성자요라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판단 근거가 없어지니 아주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초기경의 아주 많은 곳에서 그 기준을 정확하게 들고 있습니다.

초기경들에서는 열 가지 족쇄(sam*yojana)를 가지고 범부와 성자를 구분하고 성자들도 역시 이 열 가지 족쇄 가운데 어떤 족쇄들을 풀었는가를 가지고 정확하게 구분짓고 있습니다. 앙굿따라 니까야 족쇄 경(A10:13) 등에서 열 가지 족쇄는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구들이여, 열 가지 족쇄가 있다. 무엇이 열인가? 다섯 가지 낮은 단계[下分結]의 족쇄와 다섯 가지 높은 단계의 족쇄[上分結]이다.
무엇이 낮은 단계의 족쇄인가? 유신견, 의심, 계율과 의례의식에 대한 집착[戒禁取], 감각적 욕망, 악의이다. 이것이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이다.
무엇이 높은 단계의 족쇄인가? 색계에 대한 탐욕, 무색계에 대한 탐욕, 자만, 들뜸, 무명이다. 이것이 다섯 가지 높은 단계의 족쇄이다.”

잘 알려진 대로 유신견, 의심, 계율과 의례의식에 대한 집착이 해소된 자를 예류자(수다원)이라 부르고 여기에다 감각적 욕망과 악의가 아주 엷어진 자를 일래자(사다함)라 하고 이러한 나덧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가 모두 해소된 자를 불환자(아나함)이라 부르고 나머지 다섯 가지 높은 단계의 족쇄까지 다 풀린 자를 아라한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성자가 되기 위한 최소의 조건이 유신견과 의심과 계금취가 풀려야하는 것입니다. 자세한 것은 아비담마 길라잡이 1장 §28의 해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유신견(나라는 불변의 실체가 있다는 견해)을 타파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제 아무리 선정의 힘이나 신통력이 있다하더라도 이러한 유신견을 타파하지 못하고서는 결코 성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 기준은 아주 아주 중요합니다.

유신견을 척파하더라도 다른 번뇌들은 얼마든지 남아있다는 것이 부처님과 옛 아라한 스님들의 가르침이고 이것은 상식적이라 봅니다. 감각적 욕망이나 성냄 들뜸 등은 쉽게 뿌리뽑히는 것들이 아니지요. 우리의 심리현상은 복잡미묘합니다. 존재론적 고정관념이 해소된다해서 모든 불선법들이 다 없어진다는 것은 이러한 우리의 내면을 너무 단면적으로 이해한 것이라 보여집니다.

유신견이 해쇠될 때 바로 모든 번뇌들과 무명이 다해버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리고 한방에 무명이 타파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방에 탐진치가 몰록 해소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만큼 복잡미묘한 것이 우리의 심리현상입니다. 부처님께서 우리의 심리현상을 이렇게 파악하신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방에 해소 운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지의 극치이고 로또한방의 인생역전을 부르짖는 것보다 더한 사행심일 것입니다.

상좌부 아비담마에서는 14가지 해로운 마음부수법들을 들고 있는데 어리석음(무명과 동의어)과 삿된 견해(엄밀히 말하면 견해. 초기경과 아비담마에서는 바르지 못한 견해는 모두 사견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초기경과 아비담마에서 dit*t*hi(견해)로 나타나는 것은 모두 잘 못된 견해 즉 사견을 뜻합니다.)는 구분되어 나타납니다. 어리석음(무명)에 의해서 고착된 관점을 견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주석서들에서는 근본적으로 사성제를 알지 못하는 것을 무명이라 정의합니다.(사성제야말로 가장 심심미묘한 가르침입니다.) 이러한 무명 혹은 어리석음 때문에 가지는 잘못된 견해를 우리는 사견이라 부릅니다. 이처럼 견해(사견)과 무명은 엄밀히 다른 심리현상입니다.

우리의 해로운 심리현상에는 이지적인 번뇌와 정서적인 번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리석음이라든지 사견이라든지 의심이라든지 하는 것은 이지적인 번뇌이고 탐욕이나 성냄이나 질투 등은 정서적인 번뇌입니다. 구사론 등의 북방 아비달마에서는 전자를 견혹(見惑)이라 부르고 후자를 수혹(修惑)이라 부릅니다. 이지적인 번뇌는 무상고무아 등을 봄으로써 해소되는 번뇌라는 뜻이고 정서적인 번뇌는 거듭 닦아서 해소되는 번뇌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자를 해소하는 수행을 견도(見道)라 하고 후자를 해소학 위한 수행을 수도(修道)라 합니다. 초기경과 상좌부 주석서의 입장에서 보자면 전자는 혜해탈의 범주이고 후자는 심해탈의 범주에 속하며 이 둘을 다 해소한 것을 양면해탈이라 합니다. 물론 전자는 위빳사나 수행을 뜻하고 후자는 사마타 수행을 뜻합니다. 초기경과 남북 아비담마 공히 견도없는 수도만으로는 즉 혜해탈 없는 심해탈만으로는 구경의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구사론에서는 견도를 통해서 견혹을 해소하고 더 깊이 수도를 닦아서 아라한이 되고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한다고 합니다. 물론 부처님은 먼저 수도를 닦았고(비상비비상처까지의 선정수행을 먼저닦으셨기에) 뒤에 견도를 통해서 견혹을 해소해서 부처님이 되셨다고 설명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견혹이 해소될 때 바로 모든 수혹도 해소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견혹이 먼저 해소되는 경우도 있고 수혹이 먼저 해소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이러한 견혹과 수혹이 복잡다단하게 서로 교차하면서 해소되어 갈 것입니다. ... 각설하고 ... 이러한 우리의 다양한 이지적이고 정서적인 심리현상들이 있기에 이들을 해소해나가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성자들도 예류, 일래, 불환, 아라한으로 설명하고 있고 이미 초기경에서도 이들 각각에 대해서 더 세분해서 아주 자세하게 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라한과의 불안정과 자만과 무명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아라한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없습니다. 아라한이 되면 이러한 들뜸과 자만과 무명은 완전히 해소됩니다. 아라한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결코 없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부처님께서는 불환과라는 아주 수승한 경지의 성자가 되어도 미세한 들뜸이나 자신과 남을 비교하여 가지게 되는 미세한 자만이 남아있고 존재와 번뇌의 고집멸도를 철저하게 꿰뚫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경의 도처에 사성제를 철견함으로 해서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범행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다.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아라한됨을 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석서들에서는 한결같이 사성제를 통찰하지 못하는 것을 무명이라 정의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불환자가 되어도 사성제에 대한 미세한 무명은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아라한이 되어야 이러한 무명이 완전히 해소된다는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아라한에게는 이러한 들뜸과 자만과 무명이 없습니다.

대충 상식적인 수준으로 초기경을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아비담마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부처님 말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원하신다면 게다가 제대로 된 수행을 원하신다면 아비담마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부디 아비담마를 깊이 공부하셔서 우리의 미세한 심리현상에 대한 더 엄밀한 이해를 하시고 초기경의 깊은 경지를 이해하실 것을 권합니다. 이런 관심만 있다면 아비담마야말로 가장 분명하고 쉬운 가르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直切根源)

저는 초기경이야말로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불교교학 가운데 가장 어려운 가르침이라고 갈수록 절감합니다. 그냥 언어적인 이해만으로는 결코 심도깊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초기경일 것입니다. 아비담마는 이러한 고뇌에서 태동한 사리뿟따 등의 뛰어난 부처님 직계제자들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아비담마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결코 부처님의 심심미묘한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감히 저는 단언합니다.

간단하게 답변드린다고 해놓고 말이 길어졌습니다. 좋은 질문 감사드리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각묵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