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통/목탁소리

나는 어디에 갇혀 있는가

우공(友空) 2010. 1. 31. 01:49

나는 어디에 갇혀 있는가
2009.08.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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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나는 어디에 갇혀 있는가


어떤 틀 속에 갇히지 말라.

어떤 성격,
어떤 특기,
어떤 주변환경,
어떤 가족,
어떤 직장,
어떤 친구들,
어떤 꿈,
어떤 희망,
어떤 종교,
어떤 사상,
어떤 삶의 방식,
그 어떤 것들이라도
그 안에 갇히는 순간 삶은 정체된다.

갇히면
거기에 머물게 되고,
머물면 집착이 생기며
집착이 생기면
그에 따른 괴로움이 생기게 마련이다.

갇힌 삶은
생기를 잃고,
천연스런 순수성을 잃으며,
자기다운 삶의 방식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갇힌 틀 속에서의
집착과 욕망의 확장을 향해 치닫는다.
그것이 전부라고 확신하면서.



태어나면서부터
테러집단에서 나고 자랐다면
그 사람의 꿈은 테러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유일한 꿈이지,
결코 그 테러집단의 사회를 벗어날 생각을 못 한다.

어쩌면 그 사람은 테러를 성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진리를 위한 길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이 길만이 유일하고 온전한 지혜의 길이라 여길 수도 있다.
남들은 우리의 이 숭고한 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매도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집단에서 벗어난 시선으로
그 틀을 벗어난 시선으로 사실을 바라본다면
쉽게 깨달을 수도 있는 것을
그 틀 안에 있는 동안에는 전혀 깨닫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념집단이나 종교집단의 틀 속에서 자라났다면
그 사람은 오직 그 종교 내지는 이념 외에는 관심이 없다.
이스라엘인들은 오직 유대교 외에는 모르고,
사회주의 국가 사람들은 공산사회만이 그들의 이상일 수 밖에 없다.
결코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자본주의적 이념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이념이 되었든, 어떤 종교나 사상이 되었든
그 것 안에 갇히는 순간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잃고 만다.

그 틀 밖에서 살고 있는 자유로운 시선에서 본다면
그런 집단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이 환히 보이겠지만
그들 눈에 그것은 갇힌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크고 작은 틀 속에 갇혀 있다.
꽁꽁 묶여 도무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묶여 있고,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직장을 천직으로 알고 다니고 있는 이에게
그것 이외의 다른 직장은 도저히 꿈 꿀 수 없다.
그 직장 안에서 무조건 성공해야 하고, 진급해야 하지
진급에서 낙방을 해서 나가게 된다면
그것은 실패일 뿐이다.

해적으로 태어난 이의 꿈은 해적의 두목일 수 밖에 없듯
그 직장이라는 틀 속에 갇혀 있는 이의 꿈은
오직 그 직장 안에서의 성공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틀을 깨고
그 틀을 잠시 벗어나서 바라보면
그 틀은 그다지 견고하지도 않고,
나의 전부인 것도 아니며,
언제든 벗어나도 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될 수 있다.

그 직장은 수많은 헤아릴 수 없는 직장들 가운데
단지 하나에 불과하다.
그 하나에 목숨을 걸 일은 아니지 않은가.
진급 하지 못했다고 그것이 실패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틀 속에서 이제 비로소 자유로와 졌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갇힘현상은 종교가 대표적이다.
어떤 한 가지 종교라는 틀에
집착적으로 중독되어 갇혀 있는 이에게는
도저히 다른 종교나 사상은 들어 갈 틈이 없는 것 처럼.
그 안에서 본다면 그 행위가 올바른 행위일 수 있겠지만
그 틀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그 행위가 맹목적이고 정신이상인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틀 안에서는 그것이 정상이다.
그 틀 안에 갇힌 사람들끼리는 그것이 위대할 수도 있다.
그것만이 정의이고, 진리일 수도 있다.
심지어 그 가르침의 틀 안에서는
틀 밖의 사람들이 공격의 대상이거나, 전쟁과 살생의 대상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진리요 신의 뜻이라고 굳게 믿을 수 있다.
인류 역사가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지 않은가.

보통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이 일이 옳고 그른지는
역사가 증명해 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 역사라는 것은
지금이라는 현대라는 갇힌 틀 속에서의 시선에서 벗어나
언젠가 미래에 이 틀을 깨고 객관적으로 관찰했을 때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닌가.

누구나 틀에 갇혀 있다.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맞아 맞아'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
'참 불쌍한 사람이야' 하면서도,
정작 내가 어떤 틀 속에 갇혀 있는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시선,
그것이 팔정도의 정견(正見)이다.
있는 그대로를 틀 속에 갇힌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내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
어떤 사상에, 어떤 가치관에, 어떤 틀 속에 매여 있는지를
분명히 본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더라도 우리가 일평생 동안 해야 할 것은
나와 내 삶과 내 행위 전체를
그 어떤 틀 속에도 갇히지 않은 채
텅 빈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일이다.

그랬을 때 그 틀이 무엇인지도 보게 되고,
바로 보았을 때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틀을 깨고 나왔을 때
비로소 삶은 진정으로 자유로와 질 수 있다.

나를 '어떤 성격'이라는 틀에 끼워맞추지 말라.
'내 성격은 이래' 하고 결정짓지도 말라.
내가 원하고 바라는 성격이 되지 못한 것을 원망할 것도 없다.
내가 원하는 '이런 성격'을 버렸을 때
비로소 그 어떤 성격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로운
나다운 성품이 딱 맞는 옷처럼 길들여진다.

친구를 사귀는데
'이러 이러한 친구'가 좋다고 정해놓고 사귈 것도 없다.
그 틀은 자유로운 인간관계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나의 대인관계에 제약을 가져 올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만나는 사람이란 언제나 비슷비슷한 사람이다.
비슷비슷한 취미와 특기와 성격을 가진 그런 사람만을
선택적으로 만나게되는 이상
그것을 뛰어넘는 삶의 나래를 꽃피울 가능성을 잃게 되고 만다.

설법을 듣고, 책을 읽고, 가르침을 듣더라도
내 나름대로 옳고 그른 어떤 틀을 딱 정해 놓게 되면
그 틀에 맞는 것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그저 내 틀 안의 가르침들을 재확인 할 뿐
새로운 것들이 전혀 내 안으로 스며들어올 수 없게 막고 만다.
그랬을 때 삶은 진부해지고 따분해지며 그날이 그날이 되고 만다.
그러나 그 틀을 깼을 때 날마다, 매 순간 새로운 것들이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음을 느낄 것이다.

꿈과 희망을 품고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어떤 특정한 목표와 꿈을 정해 놓고
거기에 집착하여 노이로제에 걸릴 필요는 없다.
꿈과 희망은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것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꿈과 희망이 아름다운 것일 수 있지
미리부터 딱 정해져 있으면 그것은 집착일 뿐
아름다운 꿈이라고 할 수 없다.



제행무상, 변화야말로 우주적인 진리가 아닌가.
꿈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가치관도 변하며,
세상 모든 것이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변할 수 있을 때
우주적인 조화의 한 축에 낄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어떤 틀에 갇혀 있으면서
그 틀 안에서만 아둥바둥 해서는
이 우주 법계의 동반자도 주인도 될 수 없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냐 하는 생각도
내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일 뿐이지
거기에 갇혀 있거나,
그것만이 옳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가 사는 방식, 내가 믿는 종교, 내가 가진 생각들에
갇혀 있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사는 방식, 믿는 종교, 가진 생각들을
거부하고 잘못된 것으로 규정짓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틀속에 갇혀 있을 때는 나만 옳은 것 같고,
남들은 다 틀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보니 남들과 마찰도 많고, 싸움도 많고,
근심 걱정도 많을 수 밖에 없지만,
그 틀을 빠져 나오고 보면
모두가 서로 다르면서도 우주적인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모습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부처님 당신의 가르침에도 집착하지 말라고,
내 가르침을 절대시하거나 고정된 것으로 알지 말라고
누누히 밝히고 계심을 본다.

끊임없이 지켜보라.
과연 나는 어디에 갇혀 있는가.

[사진 : 설악산 울산바위]


No. 1
2007-08-02 
20:28:17 

천수심 
스님, 저는 갇혀있습니다. 하루는 풀려나고 하루는 들어가고, 스스로를 풀었다 가두었다 반복하면서 아까운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진리의 밝은 길을 바라보면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제모습이 안타깝습니다.  

No. 2
2007-08-06 
21:15:28 

남묘순 
진흙탕을 마다했다면 연꽃일 수 없었음이며
고행을 주저했다면 부처를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부딪고 깨져
틀을 뚫고 나아가고저 합니다.
묘순 합장
 

No. 3
2007-08-08 
06:14:25 

황성문 
감사합니다.
참회합니다.

합장
 

No. 4
2007-08-08 
18:53:06 

보리심 
나의 틀에 갇혀 버등대는 나자신.
안가임으로뚫고 나가려는 나자신.
그러나 틀에 갇힌 이영혼.
_________________끓임없이 지켜보라.________________
과연 어디에 갇혀 있는가.

허둥대던 저 자신 빛을향하여 한발씩 나가겠습니다
감사함니다
 

No. 5
2007-09-13 
15:06:45 

박영숙 
스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정말틀에 갇혀사는라 꼼짝못하고 지냈읍니다. 이틀을갤날을 만들겠읍니다. 감사합니다.  

No. 6
2007-09-15 
11:24:51 

김대홍 
제 이야기 입니다
저또한 타종교 과거 내가 다니던 교회 (기독교)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저 또한 배타적으로 대했읍니다
저는 갇혀있읍니다

틀을 깨도록 노력하겠읍니다
합장 _()_
 

No. 7
2007-09-20 
15:04:15 

주기덕 
몸이 아파 치료하고 있는데, 사실은 마음의 병이 더 큰 것 같읍니다. 마음속에 꼭꼭 숨겨 놓았던 상처들이 태풍이 오듯 마음과 생각을 지배합니다. 몸 아픈곳 하나하나 고치며, 마음의 병도 고쳐서 나를 찾고 싶읍니다  

No. 8
2007-09-23 
05:13:00 

전욱 
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No. 9
2008-02-14 
07:17:04 

오순태 
아주 조금씩
열리고 있는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No. 10
2008-04-01 
19:38:16 

이은경 
바로 엇그제 같은 경계에 9개월간 괴로웠습니다. 너무나도 아프고 고통스럽고 억울하고 벗어나고 싶어 늘 탈출만을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음공부일기를 쓰면서 도대체 왜 이토록 날 괴롭히는 것이 무얼까?하는 의문으로 노트를 닫아야만 하였습니다. 스님의 법문말씀을 그대로 믿고 받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깨우침으로 가는 길로 인도하여주심에 참으로 감사의 충만을 체험합니다.  

No. 11
2008-05-30 
00:14:51 

김상휘 
참 제게 느낌이 많은 글입니다.. 저는 어디에 갇혀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하루 종일 심란하여 집중이 잘 됐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가 무엇가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바람에 번지털듯 훌훌 벗어 던지고 싶습니다.. 내마음부터 돌려 봐야겠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시작하듯..
 

No. 12
2008-05-30 
10:58:14 

主人公 
끊임없이 지켜보라.
과연 나는 어디에 갇혀 있는가.
---------------------------
어떤 조그만 틀속에라도 갇혀있지 않는
대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살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13
2009-02-06 
11:56:30 

임동욱 
나를 다시금 되돌아봅니다. 눈물이 나려하는군요. 깨우치려하는데도 아직 틀안에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비우고 또 비우고... 또 비우렵니다.  

No. 14
2009-04-04 
03:12:23 

심진행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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